장맛비가 만든 작은 물길에서 생각한 반복과 기준
장맛비가 세차게 내린 다음 날 동네를 걸었습니다.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던 길가에 작은 홈이 생겨 있었습니다.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물이 경사진 곳을 따라 흘렀고, 같은 자리로 물이 계속 지나가면서 흙이 조금씩 파인 것 같았습니다.
누가 길을 만들어 준 것도 아닙니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물줄기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물이 같은 곳으로 여러 번 흐르자 흔적이 생겼습니다.
다음 물은 그 흔적을 따라 더 쉽게 흘렀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도 무엇인가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만의 길이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처음부터 내 방식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나는 글을 오래 써 왔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지금의 글쓰기 방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책을 읽고 글을 썼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생각한 것을 적었습니다.
어떤 일을 겪으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때로는 자연을 바라보다가 삶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들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가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하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무엇인가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시 보았습니다.
그 일이 왜 내 마음에 남는지 생각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 살아온 경험과 연결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본질이 있는지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늘 비슷한 질문에 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것을 어떻게 보는가?”
지금 생각하면 내가 삼찰밸업이라고 부르는 생각의 방식도 그렇게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책상 앞에 앉아 네 단계의 이론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살고, 읽고, 쓰고, 생각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내 생각이 움직이는 일정한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반복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길이 생깁니다
처음 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번 해 보고 다시 해 보면 조금 달라집니다.
다음에는 전에 했던 경험이 남아 있습니다.
글쓰기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한 편의 글을 쓰는 일이 막막할 수 있습니다.
무엇부터 써야 하는지 모르고, 생각은 있는데 문장으로 잘 나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 쓰다 보면 자신이 글을 시작하는 방식이 생깁니다.
나는 경험이나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편합니다.
어떤 사람은 책의 한 문장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료를 충분히 조사한 뒤 쓰는 것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쓰는 것이 아닙니다.
반복하면서 나에게 맞는 길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표준이라는 말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예전에는 표준화라는 말을 들으면 공장부터 떠올렸습니다.
같은 제품을 같은 규격으로 만드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글쓰기와 표준화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글은 사람마다 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도 다르고, 경험도 다르고, 문체도 달라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 일을 해 보면서 표준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표준은 모든 것을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을 할 때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여 주는 기본적인 기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자책을 여러 번 출판하면서도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매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번 해 보니 원고, 표지, 책 소개, 저자 소개, ISBN, 판권정보처럼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보였습니다.
그것을 정리해 두니 다음 작업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방법을 하나 만들었다고 해서 책의 내용까지 똑같아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복적인 작업에 쓰는 힘을 줄이고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이것이 좋은 표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글쓰기에는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조심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글쓰기의 방법이 너무 강해지면 오히려 글을 망칠 수 있습니다.
나도 최근에 그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삼찰밸업 글쓰기를 설명하면서
관찰,
성찰,
통찰,
Val-Up
을 너무 분명하게 나누어 글에 적용하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방법을 설명할 때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모든 실제 글을 그 순서대로 쓰면 글이 딱딱해집니다.
사람의 생각은 그렇게 반듯하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찰하다가 바로 어떤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오래전 경험이 떠오를 수도 있고,
글을 쓰는 중간에 처음 생각했던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원리는 필요하지만 원리가 글보다 앞서서는 안 됩니다.
삼찰밸업은 글의 형식을 만드는 틀이 아니라, 내가 삶과 현실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사유의 틀이어야 합니다.
나는 이것을 최근에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AI를 사용하면서 ‘나의 기준’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AI를 사용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AI에게 글을 부탁하면 아주 빠르게 글을 만듭니다.
제목도 만들어 주고,
소제목도 만들고,
결론까지 정리합니다.
처음에는 그 결과가 꽤 좋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여러 번 사용하다 보니 한 가지 문제가 보였습니다.
AI가 잘 쓰는 글과 내가 쓰고 싶은 글은 꼭 같지 않았습니다.
문장은 매끄러운데 내 목소리가 없을 때가 있었습니다.
구조는 완벽한데 사람 냄새가 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AI를 많이 사용할수록 오히려 나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떤 문장을 좋아하는가.
나는 무엇에서 글을 시작하는가.
어떤 표현은 나답지 않은가.
글의 마지막에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이런 기준이 없으면 AI가 만든 글을 그대로 따라가기 쉽습니다.
반대로 내 기준이 있으면 AI가 훨씬 좋은 도구가 됩니다.
AI가 나 대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과 글을 더 잘 드러내도록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문체도 반복 속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최근에 내가 오래전에 쓴 책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나이 70, 메신저가 되다』라는 책입니다.
그 글들을 다시 읽다 보니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 보였습니다.
나는 내 경험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그 경험에서 질문을 만듭니다.
“왜 그럴까?”
“나는 무엇을 배웠을까?”
하고 묻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라는 식으로 내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 당시에는 이것을 문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내가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반복했기 때문에 그것이 내 문체가 된 것입니다.
이 사실도 내게는 흥미롭습니다.
문체도 어느 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 반복한 생각과 표현이 쌓여 생기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반복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반복 자체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닙니다.
좋지 않은 습관도 반복하면 더 강해집니다.
잘못된 방법도 오래 사용하면 고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반복에는 점검이 필요합니다.
내가 지금 반복하고 있는 것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가?
이 방법이 아직도 좋은가?
시대와 상황이 달라졌는데 예전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질문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 애드센스 재심사를 준비하면서 내 글을 다시 들여다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전에 좋다고 생각해서 사용했던 글의 형식이 지금 다시 보니 지나치게 반복되어 있었습니다.
Answer Nugget,
FAQ,
3줄 결론,
CTA,
그리고 비슷한 물의 비유까지.
한두 편에서는 도움이 되었지만 여러 글에서 반복되니 오히려 글의 개성을 약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버릴 것은 버리기로 했습니다.
반복해서 내 것이 된 것과,
단순히 반복되어 낡아진 것을 구분해야 했습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틀’이 아니라 ‘길’입니다
장맛비가 지나간 뒤 도랑에 생긴 작은 물길을 다시 생각합니다.
물길은 물을 가두는 틀이 아닙니다.
다음 물이 흐를 수 있는 길입니다.
내게 필요한 글쓰기의 기준도 그런 것이면 좋겠습니다.
글을 똑같이 만드는 틀이 아니라,
생각이 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도와주는 길.
실수를 줄이되 창의성을 막지 않는 길.
AI를 활용하되 내 목소리를 잃지 않도록 해 주는 길.
삼찰밸업도 그런 사유의 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찰하고,
성찰하고,
통찰하여 삶과 현실의 본질을 읽고,
그 통찰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해석하여 나만의 관점을 세우는 것.
그러나 실제 글에서는 그 과정이 보이지 않아도 됩니다.
글 속에 자연스럽게 흐르면 됩니다.
그래서 요즘 나는 표준화라는 말을 예전보다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좋은 표준은 모두를 같은 길로 걷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자기에게 맞는 길을 더 분명하게 만들어 주는 기준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처음부터 완성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 보고,
해 보고,
실패하고,
고치고,
다시 반복하면서 만들어집니다.
장맛비 뒤 작은 물줄기가 길을 만들듯,
사람의 방식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반복은 습관을 만들고, 성찰이 더해진 반복은 결국 자기만의 길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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