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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찰+밸업 글쓰기 사례

AI가 어려운 게 아니라,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by 밸업가이드 김종태 2026. 7. 18.

1만 보 산책길에서 생각한 ‘익숙해진다는 것’

나는 가능하면 거의 매일 걷습니다.

한동안 하루 5천~6천 보 정도를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더 걸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평소보다 2천 보 정도를 늘렸고, 그 거리에 익숙해진 뒤 다시 조금씩 늘렸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걷다 보니 지금은 하루 1만 보 가까이 걷는 날도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걷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 1만 보를 걸었을 때는 길이 참 멀게 느껴졌습니다. 걷는 도중에 걸음 수를 몇 번씩 확인하며

“아직도 이렇게 많이 남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길을 계속 걷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거리는 그대로였습니다. 출발점도 같고 도착점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전보다 훨씬 가까운 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이 짧아진 것이 아니라 내가 그 길에 익숙해진 것이구나.

그리고 자연스럽게 AI를 처음 배울 때가 떠올랐습니다.

AI도 처음에는 참 멀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젊어서부터 AI를 사용한 사람이 아닙니다.

70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AI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것이 많았습니다.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프롬프트라는 말도 생소했습니다. 버튼 하나를 찾지 못해 헤맬 때도 있었고, 설명을 읽어도 바로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역시 나는 기계에 약한가 보다.”

“이 나이에 이런 것을 배우기는 어려운 것 아닐까?”

 

그런데 계속 사용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어제 몰랐던 것을 오늘 하나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질문 한 줄을 입력하는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다시 질문하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하는 답이 아니면

“좀 더 쉽게 설명해 줘.”

“내 상황에 맞게 다시 써 줘.”

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사용하고 나니 AI가 준 답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을 확인하고, 내 생각과 맞는지 검토하고, 필요 없는 것은 버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AI를 무조건 믿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맡기고 무엇은 내가 판단해야 하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AI가 갑자기 쉬워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조금씩 익숙해진 것입니다.

‘못한다’와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다릅니다

이 차이는 내게 중요했습니다.

“나는 AI를 못한다.”

라고 말하면 능력의 문제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나에게 없는 능력을 새로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는 아직 AI에 익숙하지 않다.”

라고 말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경험이 들어 있습니다.

반복하면 달라질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어려움이 단순히 익숙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 자체가 복잡할 수도 있습니다.

설명이 어렵게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니어에게는 작은 글씨나 복잡한 화면이 실제 장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내 경험에서는 분명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처음 느꼈던 어려움 가운데 상당 부분은 ‘낯섦’이었습니다.

낯선 화면,

낯선 용어,

낯선 질문 방식,

낯선 결과였습니다.

그 낯섦이 조금씩 줄어드니 AI와의 거리도 가까워졌습니다.

1만 보도 한 번에 걷지 않았습니다

내가 처음부터 1만 보를 걸었던 것은 아닙니다.

5천 보에서 시작해,

6천 보를 걷고,

조금 더 늘리고,

그 거리에 익숙해진 뒤 다시 늘렸습니다.

 

AI도 비슷했습니다.

처음부터 어려운 기능을 모두 배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궁금한 것 하나를 물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답을 조금 더 쉽게 써 달라고 했습니다.

그다음에는 내가 쓴 문장을 다듬어 달라고 했습니다.

어느 날은 글의 목차를 함께 만들어 보았습니다.

 

전자책을 만들 때도 사용했고, 강의를 준비할 때도 사용했습니다.

작은 사용이 반복되면서 AI는 ‘공부해야 할 어려운 기술’에서 점점 ‘필요할 때 사용하는 도구’가 되어 갔습니다.

나는 시니어들에게도 처음부터 AI 전문가가 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오늘 필요한 것 하나만 해 보면 됩니다.

그것이 쌓이면 다음 질문이 생깁니다.

시니어에게는 이미 쌓아 온 것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낯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니어에게는 오랜 삶에서 쌓아 온 경험과 지식이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해 온 시간이 있습니다.

직업에서 얻은 전문지식도 있습니다.

 

실패하고 다시 시작해 본 경험도 있습니다.

가족과 사회를 살아오며 얻은 판단도 있습니다.

AI는 이런 경험을 대신 만들어 주는 기술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꺼내고, 정리하고, 표현하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흩어진 기억을 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자서전이나 전자책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쌓은 전문지식을 강의 자료로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니어에게 AI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 하나를 배우는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살아오며 쌓아 온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만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속도와 비교할 필요는 없습니다

AI를 배우면서 나는 속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얼마나 빨리 배우는지와 나를 비교하면 쉽게 지칠 수 있습니다.

나는 버튼 하나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어제 알던 기능이 오늘 달라져 다시 헤맬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가진 경험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빠르게 배우는 능력과 오래 살아오며 쌓은 경험은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제 AI를 배우면서

“얼마나 빨리 배우는가?”

보다

“계속 배우고 있는가?”

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모르면 묻습니다.

잘못하면 다시 합니다.

어제 안 된 것이 오늘 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사용한 시간이 쌓이면서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과 AI를 활용해 글도 쓰고 전자책도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 AI를 만났을 때부터 이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한 번씩 사용하고, 실패하고, 다시 해 본 시간이 쌓였을 뿐입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익숙함에는 한 가지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AI 사용이 익숙해졌다고 해서 AI가 주는 답을 더 쉽게 믿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익숙해질수록

“이 답은 근거가 있는가?”

“이 자료는 최신인가?”

“내가 놓친 다른 관점은 없는가?”

“이 판단을 AI에게 맡겨도 되는가?”

를 더 자주 물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했다면, 익숙해진 뒤에는 판단하는 법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AI 학습은 단순히 기능에 익숙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도구를 사용할수록 그 도구와 나 사이의 경계를 더 분명히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산책길을 다시 걸으며

요즘도 같은 산책길을 걷습니다.

예전에는 멀게 느껴졌던 길이 이제는 낯설지 않습니다.

AI도 내게 조금씩 그렇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AI는 계속 변하고 새로운 기능도 계속 나옵니다.

그래서 이제는

“AI를 다 배워야 한다.”

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 필요한 것을 오늘 하나 배우면 됩니다.

내일 필요한 것이 생기면 그때 다시 배우면 됩니다.

70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보다 빨리 달리는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길이라고 해서 걷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AI가 너무 어려워요.”

라고 말하면 나는 쉽게

“아니에요. 쉬워요.”

라고 답하고 싶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분명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나도 그랬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가운데 일부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멀게 느껴졌던 산책길도 계속 걷다 보니 익숙한 길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쉬워지는 일이 아니라,

낯선 길을 자기 속도로 계속 걸으면서 조금씩 자기 길로 만들어 가는 일.

 

나는 지금도 그렇게 AI를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