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다가 내 몸에서 발견한 한 편의 글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에는 저녁 산책을 나가는 것도 망설여질 때가 있습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금세 땀이 납니다.
“오늘 하루쯤 쉬어도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먼저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나는 가능한 한 걷습니다.
올해 일흔다섯입니다.
이 나이가 되니 젊었을 때에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몸의 변화가 하나씩 느껴집니다.
며칠 걷지 않으면 다리가 무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무릎이나 발목도 조금 뻣뻣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새로운 경험입니다.
그런데 몸이 무겁다고 해서 계속 앉아 있기보다 천천히 걷고 오면 오히려 몸이 조금 풀리는 느낌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걷기 전에는 나가기 싫었는데, 집에 돌아올 때에는
“그래도 걷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날 이 경험을 하다가 문득 질문 하나가 생겼습니다.
왜 쉬었는데 몸은 더 무겁게 느껴지고, 걸었는데 오히려 조금 편안해지는 것일까?
그 질문이 이 글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몸은 말하고 있었는데 나는 잘 듣지 않았습니다
젊을 때에는 피곤하면 쉬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하루 잘 자고 나면 다시 몸에 힘이 생겼습니다.
지금도 휴식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몸은 쉬라는 신호만 보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조금 움직여라.”
하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몸이 아픈데 억지로 걸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리해서 많이 걷는 것이 좋은 것도 아닐 것입니다.
내가 경험한 것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며칠 움직임이 적으면 몸이 더 굳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힘들더라도 천천히 걷고 오면 움직임이 조금 편안해졌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기분의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일이 반복되니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습니다.
현재 저의 몸은 그렇게 나쁜 것도,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닙니다. 현재처럼 지속적으로 몸관리를 하지 않으면 금방 안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몸은 이전부터 언제나 내게 무엇인가 말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 말을 자세히 듣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 찾아보았습니다
나는 의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닙니다.
몸에 관한 글을 쓸 때에는 내 경험만 가지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노년의 운동과 걷기에 관한 공신력 있는 자료도 찾아보았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5세 이상에서도 걷기와 같은 유산소 활동뿐 아니라 근력운동과 균형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근력과 신체 기능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계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도 몸을 움직이고 유연성을 유지하는 활동이 일상적인 움직임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자료를 찾아보면서 내 경험을 조금 더 조심스럽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걷기만 하면 다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자기 몸의 상태를 살피면서 몸의 움직임과 몸의 신호를 잘 읽고, 휴식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이것은 내 경험과도 잘 맞았습니다.
젊을 때의 몸과 지금의 몸은 다릅니다
나는 예전처럼 빨리 걸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많이 걸었다고 자랑할 생각도 없습니다.
지속적으로 걷는다고 으시댈 이유도 없습니다.
몸 상태가 좋으면 조금 더 걷고, 힘들면 줄입니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몸이 좋지 않은 날은 쉬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젊었을 때의 기록을 되찾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몸으로 계속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나이가 들면 몸을 보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의 나와 경쟁하기보다 오늘의 몸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먼저 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요즘 걷기를 하면서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몸의 작은 변화 하나가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이 경험을 생각하다 보니 걷기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몸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많은 신호를 받습니다.
마음이 자꾸 불편한 일이 있습니다.
계속 미루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말 한마디가 며칠 동안 마음에서 떠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자연의 한 장면이 어느 날 유난히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바쁘다는 이유로 지나갑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멈추어서
“왜 그럴까?”
라고 물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번 글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걷고 나니 몸이 조금 편해졌다.”
라는 아주 작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궁금해졌습니다.
그 질문을 따라 자료도 찾아보고, 내 나이와 몸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걷기 이야기가 어느새 나이 들어 내 몸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이야기로 넓어졌습니다.
나는 이런 곳에서 글감을 찾습니다
사람들은 글을 쓰려고 하면 특별한 이야기를 먼저 찾습니다.
나도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글감은 특별한 사건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 몸에도 있습니다.
걷다가 생긴 생각에도 있습니다.
사람과 나눈 말 한마디에도 있고, 책을 읽다가 멈춘 문장에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내 몸이 글감을 주었습니다.
몸이 조금 무겁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왜 그런지 생각했습니다.
자료를 찾아 내 경험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의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젊었을 때의 몸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몸을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 생각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글은 질문에서 깊어집니다
만약 내가
“오늘 저녁에 걸었다.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라고만 썼다면 그것도 기록은 됩니다.
그러나 한 편의 글이 되려면 내게는 한 단계가 더 필요했습니다.
왜 그랬을까?
라는 질문입니다.
질문 하나가 경험을 다시 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내 경험과 지식을 연결하면서 생각이 조금 깊어졌습니다.
바로 이런 과정이 내가 말하는 삼찰밸업 글쓰기에도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제 나는 글을 쓸 때마다
관찰,
성찰,
통찰,
Val-Up
이라고 네 칸으로 나누어 쓰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생각은 그렇게 반듯하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삶에서는 경험하다가 질문하고, 다시 찾아보고, 생각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 나는 이것을 이렇게 보는구나.”
하는 하나의 관점에 도달합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몸도 하나의 책입니다
나는 평생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지금도 책을 읽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또 하나의 책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내 몸과 내가 살아온 삶입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읽어 보는 것.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돌아보는 것.
평범한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것.
그것도 하나의 읽기라고 생각합니다.
그외에도 자연읽기, 사람읽기, 시대읽기 ...
그리고 그렇게 읽은 것을 글로 남기면 내 경험은 단순히 지나간 하루로 끝나지 않습니다.
나를 다시 이해하게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걷습니다.
건강을 위해 걷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생겼습니다.
걷는 동안 내 몸도 보고, 주변도 보고, 생각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가끔 한 문장이 떠오릅니다.
오늘 내게 남은 문장은 이것입니다.
몸은 늘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내가 그 말을 듣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잘 들여다본 작은 신호 하나가 때로는 한 편의 글이 됩니다.
참고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Older Adult Activity: An Overview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Physical Activity Benefits for Adults 65 or Older
-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Three Types of Exercise Can Improve Your Health and Physical 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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