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정하는 일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은퇴한 뒤에는 더 그랬습니다.
그동안 해 보지 않았던 온라인 세상도 배웠고, 전자책도 만들었습니다. 생성형 AI가 나오면서부터는 AI를 배우고, 사용하고, 이제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다 보면 하고 싶은 것이 자꾸만 늘어납니다.
이것도 배우고 싶고, 저것도 해 보고 싶습니다.
문제는 시간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아지는데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도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더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을 때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몸도 지금보다 빨리 회복되었습니다.
조금 무리해도 다음 날 다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시간도 한정되어 있고, 체력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고 이것저것 붙잡으면 하루 종일 바쁘기는 한데 정작 남는 것이 별로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바쁘게 사는 것과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은 같지 않습니다.
나는 이것을 늦게 배웠습니다.
물줄기를 보다가 생각한 것
어느 날 물이 좁은 통로를 지나 한 방향으로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선택과 집중을 생각했습니다.
고압의 물을 좁은 노즐을 통해 내보내면 물의 힘이 작은 면적에 집중됩니다. 그래서 고압 세척에 사용하기도 하고, 훨씬 높은 압력으로 제어하면 금속이나 돌을 절단하는 워터젯에도 사용합니다.
물론 노즐만 좁힌다고 무조건 힘이 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압력과 유량을 비롯한 여러 조건이 함께 맞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면서 내게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가진 힘이 너무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물의 과학과 사람의 삶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좁은 통로를 통해 한 방향으로 모인 물줄기를 보면서 내 삶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선택은 무엇을 할 것인가만 정하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예전에는 선택이라고 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선택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정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두 번째가 더 어렵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일이라고 모두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반드시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것에 시간을 주려면 다른 무엇인가는 내려놓아야 합니다.
나는 이것이 선택이라는 것을 점점 알게 되었습니다.
은퇴 이후 나에게도 선택이 필요했다
은퇴한 뒤 처음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새로운 공부도 하고 싶었고, 책도 읽고 싶었고, 글도 쓰고 싶었습니다.
온라인 활동을 배우면서는 블로그, 유튜브, 전자책, 강의 등 해 보고 싶은 일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배웠습니다.
그 과정도 필요했습니다.
무엇이 나와 맞는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 경험을 해 봐야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을 계속 붙잡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오랫동안 해 온 경험과 연결되는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남은 시간에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하면서 내가 가야 할 방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나에게 남은 것은 배우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AI 공부와 강의도 그 흐름 안에 있습니다.
전자책을 쓰고 출판하는 일도 그렇습니다.
새로운 일을 계속 늘린 것이 아니라, 지나온 삶에서 내가 계속해 온 한 가지 흐름을 새 시대의 방법으로 이어 가고 있는 셈입니다.
집중은 한 번의 결심으로 끝나지 않는다
방향을 정했다고 저절로 집중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이것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오늘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내일이면 다른 일에 밀립니다.
스마트폰을 열면 새로운 정보가 계속 들어옵니다.
AI만 해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서비스가 생깁니다.
전부 따라가려고 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집중은 한 번 크게 결심하는 일이 아니라, 매일 작은 선택을 반복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계속해야 합니다.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집중이고,
당장 재미있는 일을 미루는 것도 집중이며,
이미 시작했지만 내 방향과 맞지 않는 일을 그만두는 것도 집중입니다.
좁힌다고 삶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선택하면 무엇인가를 잃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가능성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도 그런 아쉬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삶의 길을 좁힌다고 해서 삶 자체가 작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의 길을 오래 걸으면 그 길이 깊어질 수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많은 일을 조금씩 하는 삶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는
“나는 무엇을 위해 남은 시간과 힘을 사용할 것인가?” 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이 질문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시간도 체력도 무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선택과 집중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선택은 가능성을 없애는 일이 아닙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가능성에 시간을 주는 일입니다.
집중도 다른 것을 모두 무시하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선택한 방향에 가진 힘을 꾸준히 모아 가는 일입니다.
젊을 때는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가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를 더 많이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선택과 집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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