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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사람·책·자연 읽기

한 사람의 실천적 삶을 들으면 공감의 글이 된다

by 밸업가이드 김종태 2026. 7. 30.

제5회 휴먼라이브러리에서 만난 생명농법과 쌀빵 이야기, 그리고 지속가능한 삶의 가치

 

어제 저녁 8시, 내가 속한 터트림방에서 열린 제5회 휴먼라이브러리(Human Library)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이날 사람책은 박용석 대표와 남정효 DMZ미술관 관장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생명농법으로 짓는 벼농사와 그 쌀로 만드는 현미빵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농사와 먹거리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듣다 보니 더 큰 질문이 따라왔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는 지구를 바꾸려 해야 할까, 아니면 우리의 생산과 소비 방식을 먼저 바꾸어야 할까?

 

이날 발제에서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지구야 변하지 마, 우리가 변할게.”

 

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생명농법과 쌀빵 이야기를 넘어 삶의 태도와 경영, 소비와 기술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톨의 쌀에서 시작된 질문

사람책의 이야기는 아주 구체적이었습니다.

논에서 벼를 기르고, 그 쌀을 가공해 빵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단순한 생산기술 이상의 철학이 있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농사를 지을 것인가.
토양과 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며 먹거리를 만들 것인가.


소비자에게 어떤 제품을 건넬 것인가.

결국 농사는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이었습니다.

빵 하나를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엇을 생산하느냐보다 어떻게 생산하느냐가 중요했고,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떤 생산방식을 지지하며 소비하느냐가 중요했습니다.

한 톨의 쌀은 작지만, 그 쌀을 어떻게 재배하고 어떻게 소비하느냐는 우리의 생산방식과 삶의 태도를 드러냅니다.


지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세계적인 친환경 기업 파타고니아를 떠올렸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사업 자체를 지구를 지키는 수단으로 바라봅니다.

 

중요한 것은 옷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입니다.

생명농법도 비슷한 질문을 던집니다.

 

자연을 인간의 편의에 맞게 계속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산방식을 자연의 한계와 질서에 맞게 조정할 수는 없을까.

이 질문은 농업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기업도, 소비자도,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흔히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면서 거대한 정책과 기술부터 떠올립니다.

그러나 변화는 훨씬 가까운 곳에서도 시작됩니다.

 

농부가 어떻게 농사를 짓는지,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는지, 소비자가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작지만 실제적인 변화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이날 사람책의 이야기는 결국 이런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구를 바꾸려 하기보다, 먼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생명농법은 생활 속 ESG가 될 수 있다

나는 대학에서 ESG경영을 강의해 왔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ESG를 떠올렸습니다.

생명농법이 토양과 물,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환경적 가치와 연결됩니다.

안전한 먹거리와 지역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사회적 가치로 이어집니다.

 

생산과 가공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다면 책임경영과도 연결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명농법과 쌀빵은 거창한 ESG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ESG경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친환경’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보다 실제로 물과 농약 사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토양과 생태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생산과정이 얼마나 투명한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철학은 결국 측정되고 설명될 수 있을 때 사회적 신뢰로 이어집니다.


AI는 자연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더 잘 듣는 도구여야 한다

여기에서 나는 AI의 역할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AI가 농부를 대신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농부가 오랫동안 몸으로 익힌 경험을 더 잘 기록하고, 자연의 변화를 더 세밀하게 읽도록 돕는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농부가 매일 스마트폰에 농사 상황을 말하면 음성기록이 자동으로 글이 될 수 있습니다.

 

토양의 수분과 온도, 논의 물높이와 날씨를 꾸준히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벼의 생육 상태를 사진으로 남기고 변화 과정을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데이터가 쌓이면 농부의 오랜 경험이 개인의 암묵지에만 머물지 않고 다음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지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순서입니다.

농부가 목적을 정하고, 자연이 한계를 알려주며, AI는 관찰과 판단을 돕는다.

 

AI가 중심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중심이어야 합니다.

기술이 자연을 지배하는 방향이 아니라, 자연의 작은 신호를 더 정확하게 듣는 방향으로 사용될 때 AI의 가치도 달라집니다.


소비는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하나의 선택이다

쌀이 빵이 되면 이야기는 소비자에게 넘어갑니다.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어떤 가치를 담고 있으며, 누구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지도 함께 선택합니다.

특히 생명농법과 지역농업, 친환경 먹거리 같은 제품은 제품 자체만으로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어떤 땅에서 길렀는지, 왜 그런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지,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이런 선택을 했는지가 함께 알려져야 합니다.

 

그러면 빵 한 조각도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하나의 메시지가 됩니다.

나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
나는 어떤 생산방식을 지지할 것인가?

 

소비는 그렇게 삶의 태도와 연결됩니다.


작은 이야기가 큰 이야기로 확장되는 순간

돌이켜보면 이날 제5회 휴먼라이브러리에서 들은 이야기는 매우 작았습니다.

한 사람이 농사를 짓고, 그 쌀로 빵을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으니 그 안에서 훨씬 큰 질문이 보였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생산해야 하는가.

기술은 무엇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가.

소비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사회의 큰 질문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Small Story → Great Story

 

개인의 경험은 다른 사람과 공유될 때 공적인 메시지가 됩니다.

Private Story → Public Message

 

그리고 그 메시지가 다른 사람의 행동과 선택에 영향을 줄 때 공유가치가 됩니다.

Personal Experience → Shared Value

 

이것이 내가 사람책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람 한 명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먼저 달라지면 된다

제5회 휴먼라이브러리에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결국 한 문장이었습니다.

“지구야 변하지 마, 우리가 변할게.”

생명농법은 그 말을 농사로 실천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쌀빵은 그 철학을 먹거리로 전달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ESG경영은 그 가치를 기업과 사회의 책임으로 확장하는 원리가 될 수 있습니다.

AI는 그 과정과 변화를 기록하고 설명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통해 그 변화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변화는 언제나 거대한 곳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 톨의 쌀, 한 조각의 빵, 한 사람의 농사 방식에서도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날 사람책의 이야기를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지구를 바꾸려 하지 말자. 우리가 먹고 만들고 소비하는 방식을 먼저 바꾸자. 작은 실천은 작아 보여도, 그 안에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방향이 들어 있다.

 

한 사람의 실천을 깊이 들으면 삶의 철학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철학을 나의 삶과 세상의 문제에 연결하는 순간, 한 사람의 이야기는 한 편의 글이 됩니다.

(제5회 휴먼라이브러리 발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