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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사람·책·자연 읽기

AI 시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by 밸업가이드 김종태 2026. 8. 5.

AI 시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AI가 사람처럼 말하고 일하는 시대에 다시 묻는 인간다움

저는 요즘 AI를 거의 매일 사용합니다. 배우기도 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기도 합니다.

제가 AI를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2022년 11월 30일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된 이후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했습니다. 질문하면 대답하고, 글을 써 달라고 하면 글을 쓰고, 자료를 정리해 달라고 하면 제법 그럴듯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오래 사용하다 보니 처음의 신기함과는 다른 질문이 생겼습니다.

“AI가 이렇게 사람처럼 말하고 일한다면, 도대체 인간은 무엇인가?”

저는 원래 인문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토론도 했고, 제가 참여하고 있는 인문학 독서모임에서는 의식의 문제와 관련하여 ‘양자의식-찬반-대논쟁’이라는 주제로 발표도 했습니다. 관련 주제로 입문서 수준의 전자책도 출간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AI를 많이 사용할수록 AI보다 오히려 인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AI는 사람처럼 말하지만 사람은 아닙니다

요즘 AI가 하는 일을 보면 놀라울 때가 많습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주고, 자료를 찾아 정리합니다. 복잡한 내용을 요약하고 때로는 사람이 몇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을 아주 짧은 시간에 해냅니다.

그래서 언뜻 보면 인간과 AI의 경계가 점점 없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비슷한 일을 한다는 것과 사람이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AI는 사랑에 관한 글로 응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밤새 그 곁을 지켜주지는 않습니다.

슬픔에 대해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뒤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몸으로 겪지는 않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해 논리적으로 아주 훌륭한 답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잘못한 일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누군가에게 미안해하며 용서를 구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 차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는 인간의 말을 사용할 수는 있어도 실제 인간의 삶을 살아 낼 수는 없습니다.

물을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평소 자연을 보면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느 날 물을 생각하다가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물은 온도에 따라 얼음이 되기도 하고, 액체 상태로 흐르기도 하며, 수증기가 되기도 합니다. 모습은 크게 달라집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태 변화에서는 물이 H₂O라는 기본적인 정체성을 잃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물의 상태 변화는 자연과학의 문제이고, 인간의 본질은 철학과 신학의 문제입니다. 둘을 똑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물을 바라보면서 이런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환경과 시대가 크게 달라질 때 인간은 무엇을 바꾸어야 하고, 무엇을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가?

AI 시대의 인간에게 꼭 필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원래 도구를 만들어 온 존재입니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도구를 만들어 사용해 왔습니다.

돌과 나무를 도구로 사용했고, 기계를 만들었으며, 타자기와 컴퓨터를 거쳐 지금은 A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호모 파베르(Homo Faber)’, 곧 도구를 만드는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자료 하나를 찾으려면 책을 뒤지고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강의안을 만들기 위해 몇 시간씩 자료를 정리했습니다. 지금은 AI의 도움으로 그 시간이 엄청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글을 쓸 때도 도움받고, 강의자료를 만들 때도 활용합니다.

그러니 AI를 거부할 이유는 없습니다.

배워야 합니다.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AI가 빠르다고 해서 사람도 무조건 빨라야 할까?

AI가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해서 사람도 더 많은 정보를 기지는 것으로 경쟁해야 할까?

그렇다면 인간은 결국 기계와 속도 경쟁을 해야 합니다.

저는 인간의 본질을 그런 기능 역랑의 경쟁에서 찾는 것 자체가 비교의 본질에서 벗어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다움은 기능의 역량보다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있습니다

그러면 인간다움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우선 인간은 생물학적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데서 중요한 차이를 봅니다.

사람은 태어납니다. 자라고, 아프고, 늙고, 마침내 죽습니다.

기쁨도 몸으로 느끼고 고통도 몸으로 겪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는 것도 몸이고,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도 몸입니다.

또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되고, 부부가 되고, 친구와 이웃이 됩니다.

때로는 아무런 이익이 없어도 누군가를 돕습니다. 손해를 보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판단하고 책임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할 수 있는가?”만 묻지 않습니다.

“이 일을 해도 되는가?”

“왜 해야 하는가?”

“이 일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그 결과에 대해서 나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를 묻습니다.

저는 바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인간다움은 얼마나 빨리 계산하고, 얼마나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느냐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고, 자신의 선택에 어떻게 책임지는가에 인간다움이 있습니다.

저는 인간을 이렇게 봅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인문학적인 질문입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는 저 역시 제가 살아온 삶과 가치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저는 신학을 공부했고 오랫동안 목회자로 살았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을 바라보는 저의 가장 깊은 바탕에는 성경의 인간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재라고 말합니다.

저에게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의 가치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존귀한 것도 아닙니다.

지식이 많거나 AI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인간의 가치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은 존재 자체로 존엄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에게는 관계를 맺고, 사랑하며, 선과 악을 판단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사람과 세상을 책임 있게 돌볼 사명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것이 제가 AI 시대에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AI는 AI다워야 하고, 인간은 인간다워야 합니다.

AI에게 일을 맡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심까지 맡길 수는 없습니다.

AI에게 판단을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책임까지 넘길 수는 없습니다.

AI에게 글을 쓰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삶까지 대신 살아 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AI가 발전할수록 더 인간다워야 합니다

앞으로 AI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할 것입니다.

저도 계속 배우고 사용할 생각입니다.

AI를 사용하면서 일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고, 글을 쓰는 방법도 달라질 것입니다. 교육의 방법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굳이 피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분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은 환경에 따라 모습이 달라집니다.

인간도 시대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과 일하는 방법은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까지 기술에 넘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계속 물어야 합니다.

이 기술을 왜 사용하는가?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이 선택이 사람을 살리는가, 아니면 사람을 도구로 만드는가?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저는 이 질문만큼은 AI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AI 시대에 필요한 인간은 AI보다 더 빠른 인간이 아닙니다.

AI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진 인간도 아닙니다.

속도보다 방향을 생각하고,
효율보다 가치를 생각하며,
사람을 사랑하고 돌보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줄 아는 인간입니다.

저의 신앙적 표현으로 말하면, 그것은 하나님의 형상답게 살아가는 인간입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마지막에는 결국 사람이 선택합니다.

그러므로 AI가 발전할수록 저는 오히려 이 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AI가 AI다워질수록, 인간은 더욱 인간다워야 합니다.